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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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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Pure Freestyle 얼마 전 소현성의 프리스타일 랩을 보며 생각했다. 난 할 말이 없어서 저렇게 말을 하라고 해도 못 하겠다고 오늘은 시 한 수를 써보고자 카페에 왔는데 마침 연습장이 없어서 바로 써내려 보고자 한다. 머릿속으로조차 생각을 정리하지 않은 채 퓨어 프리스타일이란 주제에 손을 맡겼다. 술술 써내려져가는 한구절 한구절이 꽤나 놀랍고 꽤나 즐겁다. Mic Swagger의 허클베리와 술제이 비행기에서 Money ain't shit을 쓴 일리닛 거장들은 거장들의 시를 쓰고 나는 나의 시를 즉석으로 써내리면 된다.
[자작시] 태양은 어제와 같을까? 아니면 이 태양은 그 태양과 다른가? 무한히 드넓은 우주 속 자그만 빛을 내는 나는 작은 반딧불이 내 주위를 빙빙 도는 하찮은 먼지 몇 줌들 그것에도 누군가 이름을 붙였을까? 그토록 작은 것엔 관심도 없고 나는 용두질에 몰입했다. 어느날 그 먼지 속의 작은 생명의 속삭임에 귀를 한번 기울여 보았다. '너는 어제의 태양과 같은 태양이니?'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자작시] 구름의 덧없는 풍성함에 어떻게 감사해야 할까요? 천고마비 말이 살쪘는지는 모르겠으나 11월 30일 오늘 아침의 하늘은 높았다. 오늘 새로운 만남에 들떠서 괜히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구름의 풍성함에 고맙고 구름의 덧없음에 감사하다. 추운 날씨, 멋진 하늘, 산뜻한 구름 좋은 사람 이 모든 것에 조용히 감사를 표한다.
[자작시] 시라는 형식 시라는 형식에 갇혀서 글이 네모내진 것인가. 시라는 생각에 얽매여서 글이 깎여버린 것인가. 나는 생각한 대로 쓸 수 있어야 하고 떠오르는 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 그 생각에는 현학적인 풍자도 가슴이 뚫리는 통쾌한 단어도 없지만 가장 멋있을 수 있다. 가장 나다울 수 있다. 언제 어떻게 무엇을 누가에 앞뒤가 맞고 맞춤법에 맞을 필요는 없다. 내 머릿속을 지나가는 쏜살같은 생각을 클레이사격 마냥 잡아서 여기에 박제하면 그만이다.
[자작시] 항상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 비해 더 고통스러운가? 바람은 파도를 일으키고 잔잔한 바다를 울렁인다. 병뚜껑과 깨진 병이 마음을 긁고 지나간다. 그 아픔이 아니꼽고 견디디가 만만찮다. 언뜻 제자리걸음 같던 파도는 조금씩 다듬어지고 나아갔다. 날카롭던 병조각은 가슴 한 켠의 보석 조각으로 남아있다.
[자작시] 냉혹하고 사납게 불을 내뱉는 화산들을 뒤흔들어 놓는건 뭘까? Q. 왜 그렇게 화가 나셨습니까?A. 아뇨 그리 화가 나진 않았습니다. Q. 그럼 어찌 그리 뜨거운 불을 내뿜으십니까?A. 이조차 하지 않으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란 말입니까? Q. 당신을 뒤흔들어 놓은 것은 무엇일까요?A. 오늘밤의 기분 나쁜 스산한 바람, 내 안의 알 수 없는 뜨거운 울화. 그것도 아니면 그저 지랄 맞은 내 성격 때문이겠지.
[자작시] 왜 콜럼버스는 스페인을 발견하지 못 했나? 내 마음이 보는 인도 땅은 이 만리 먼 곳 그곳엔 씨앗만 뿌리면 곡식이 자라나고 신비의 검은 고춧가루를 소금처럼 살 수 있고 금과 은으로 건물이 지어진 땅이 있다 심심하기 짝이 없는 에스파냐 땅덩이엔 모랄레스도 플란데스도 가우디도 파밀리아 성당도 없으니 내 눈에 밟힐 리가.
[자작시]교수는 왜 죽음의 지리학을 가르칠까? 버섯과 복어를 먹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독사했나. 비행기 한 대를 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왔나. 두툼한 안전 수칙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몇 명의 희생자가 필요한가. 석탄 한 줌과 석유 한 방울엔 얼마만큼의 생명이 녹아있겠나. 생명과 죽음에는 지구의 역사가 녹아있네. 이제부터 지리학을 통해 하나씩 배워보겠네. 죽음의 지리학을 통해서 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