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69) 썸네일형 리스트형 [자작시] 당신의 앞길에 슬픔이 당신 운명의 깃발을 들고 있다고 믿는가? 슬픔은 무지의 안개를 걷어낸다. 기억의 뒤안길에 내팽개쳐 놓았던 내 삶의 우선순위를 재배열한다. 슬픔이 든 깃발은 높고 검붉기에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이끌려간다. 하염없이 그 뒤를 따라 걷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기쁨과 행복의 기수 또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를... [자작시]그림자를 사랑한 아기쥐 후기 https://www.youtube.com/watch?v=NQzqrOyaQPQ [그림자의 변] 나의 질문에 당신이 답한 적이 없으나 나는 묵묵히 기다렸소. 망아지의 이간질에 피가 끓어 오를 때에도 나는 소리죽여 울고 있었소. 내가 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은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소. 당신이 나를 찾아 온 밤을 헤매었으나 나는 밤에 비로소 당신을 품을 수 있소. 보여지지 않아도 함께일 수 있고 만져지지 않아도 느껴질 수 있소. 당신의 몸이 무참히 찢겨 나갈 때 내 마음 역시 갈갈이 찢기었소. [자작시] 전나무와 양귀비 중 누구를 땅은 더 사랑할까? 당신은 예쁜 미세먼지를 사랑할 수 있는가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은 작고 예쁜 모래 한 알을 사랑할 수 있는가 또한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은 예쁘게 떨어진 은행잎 하나를 사랑할 수 있는가 그건 사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구는 대답할 것이다. "양귀비는 사랑하기엔 너무 작소" [자작시] 땅 밑에는 자석이 있나, 가을의 형제 자석이? 봄에 돋아난 새 잎의 이름은 산화철(Fe2O3) 푸르고 안정적인 그는 땅 밑의 자석에 응답이 없네 가을이 데려온 차가운 바람의 이름은 코크스 나뭇잎과 부딪히며 한숨을 쉬고 떠나가네 영혼을 떠나보낸 나뭇잎을 부르는 땅 밑의 자석이 부르는 소리에 하릴없이 따라갈 수 밖에... [자작시] 사전은 하나의 무덤인가, 아니면 봉해진 벌집인가? 사전은 단어의 현충원이자 명예의 전당이다. 그 옛날 목도질로 빚어낸 철지난 목간통처럼 휑뎅그렁한 무주공처에 허허로운 하역부처럼 희부연 바닷가에 앉아 포말을 보던 키꼴이 껑충했던 젊은 날을 회상하는 노파처럼 새금한 향기를 품었던 그들은 셈본에 밝지가 않아서 고아한 비밀을 간직한 채 까무룩 잠에 들었다. [자작시] 그리고 왜 나는 이주를 선택했지, 내 뼈는 칠레에 있는데 드높은 나무에서 활강한 나는 하늘을 유영하는 자유로운 씨앗 하나 기약없이 떠나간 나는 나무가 그리운 반면에 설레는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린다. 내가 다시 나무로 돌아갈 길은 어디로 갈 지 알 수 없는 나의 씨앗을 바람에 태워 흩뿌리는 길 뿐 내가 내린 타향의 뿌리가 깊어졌다 생각할 때 그 곳에 닿은 나의 씨앗이 본 나무의 뿌리는 세상을 뒤덮을만큼 널리 퍼져 있었음을 [자작시] 만일 내 영혼이 떨어져 나간다면 왜 내 해골은 나를 좇는거지? 육체는 공허함을 느낀다육체는 아픔을 느낀다. 이유를 잘 알지는 못한다.아마도 영혼은 알 것이다. 바보처럼 육체는 쫒아가고바보처럼 영혼은 도망친다. [자작시]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걸 그는 알까?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걸?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모른다 나는 그의 언어로 거짓된 사랑을 속삭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방식대로 사랑을 흉내 냈기 때문이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그는 모른다 그는 내가 알 수 없는 언어로 그의 사랑을 노래했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몸짓으로 무언가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는 그의 사랑이 나에게 닿지 않았다는 걸 모른다. 내가 그를 사랑했었다는 걸 나는 몰랐다. 이전 1 ···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