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69) 썸네일형 리스트형 [자작시] 당신은 당신의 '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요? 화장실에서 냄새가 난다.조금 불쾌했지만 금세 잊혀졌다.'화장실 청소를 할까?' 하는 선택지는 희미했다. 3일 후 화장실에서 더 진하고 큰 형태의 냄새가 났다.꽤나 불쾌했고 청소를 적극적으로 고려했다.'바닥은 솔로 밀고, 수세미로 구석도 닦고, 하수구도...'시뮬레이션에 만족했다. 다음날 거대하고 낯선 냄새가 코를 강타했다."원래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나는 무언가였다.'낯선 냄새가 낯익은 벌레를 몰고 오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했다.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겼다.그간 서서히 죄책감과 의무감도 선명해졌다.인간으로서의 도리와 사명감 등 숨어있던 감정들이 마음에 무게추를 더했다. 나는 몸의 편함과 마음의 편함을 저울질한 뒤좋은 쪽을 위해 살아가고불편함의 총합을 낮추기 위해 살아갔던 것은 아닐까? [자작시] 글은 감정에서 나온다 축 늘어진 이 순간에 쓸 수 있는 글은 없다.쓸 수 있는 마음도, 집중력도 없다. 비로소 자리를 박차고 독서실에 앉으니 글이 조금은 나온다.오늘 내가 느낀 감정은 혼란과 지루함딱히 기억에 남는 글이 되진 못 할 것이다. 벅참과 설렘, 비탄과 고통의 나날만 계속될 순 없지 않은가. 감정의 연료가 부족하여 지루함을 태워 글을 써내린다. 멋있지도 않고, 기억에 남지도 않겠지만기록에 남을 한 줄을 적어낸다. [자작시] 자백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자뻑 때문이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책을 읽고, 정리를 하고, 그들과 얘기를 나누는이 모든 과정이 지독한 지적 허영심 때문이라는 것은적어도 70년 전에 조지 오웰이 밝힌 사실이었다. 내가 아는 얄팍한 지식을 뽐내는 것내가 배운 오래된 사어를 적어내는 것내가 가진 미천한 유머를 던지는 것 이 모든 것이 추잡스러운 이기심에 불과했다. 심미적 탐구 또는 수사학적 쾌락 뒤에 숨으려 했지만지독한 이기심의 악취가 이들을 뚫고 나왔다. 발췌 일부를 읽고 [자작시] 문득, 임자 두 손을 꼭 잡고 숨이 넘어갈 듯뛰듯이 동산을 올라가던 그때를 기억하오? 둘이서 양팔을 쫙 벌려 안아도 모자라손이 맞닿지 않았던 그 벚나무를 기억하오 임자 천지에 벚꽃을 흩날릴 때 몰려오는 인파에 정신이 없어가을에 다시 오잔 약속을 기억하오? 시월이,우리는 그 나무를 시월이라 하였잖소. 앙상히 뼈만 남은 시월이가 뭐가 그리 좋았는지매년 시월이면 같이 동산을 올랐잖소. 병상에 앙상해진 당신을 바라보며문득 시월이가 생각나 버렸음을 용서해 주시오. 우리는 어쩌면 시월을 잠시 지나가고 있을 뿐이라오.끝이 아니라 봄의 시작을 준비할 뿐이란 말이오. 그러니 이 손을 놓지 말고 다시 일어나시월을 향해 같이 가보자우 임자. [자작시] 지루한 삶은 버려야하는 삶인가요? 삶이 지루합니다. 누군가 만나고 싶지만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실컷 눈물을 흘리고 싶으나 눈물이 나지 않습니다.대청소를 하고 싶으나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꼭 보고 싶었던 영화는 생각만 해도 지칩니다.당연하겠지만 책도 볼 수 없습니다. 적막은 두렵습니다. 무슨 소리라도 들리지 않는 그 잠깐이 두려워,다음 영상을 찾아 헤매입니다.영화는 채울 수 없는 시간을숏츠는 손쉽게 채워버립니다. 그런 삶을 이제는 버려야 하겠습니다. [자작시] 아이스크림으로 철학적인 문장을 만들어보세요 1내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그리도 차갑게만 굴었구나 2피나는 노력으로 한알 한알 뭉쳤건만그저 한순간에 불과하구나나의 노력이 네게 의미가 있었니?-구슬 아이스크림- [자작시] 사람이 왔다. 사람이 간다. 잡을 수 있을까, 잡아야만 할까 감사의 끝인사조차 남기지 않은 뻔뻔한 인간은수년이 지나도 내 곁에 남아있고후회의 발자취는 갈수록 선명해진다. 지나온 시간만큼 무거워진 존재가이따금 나를 상기시킨다. 나말고는 아무도 기억도 못하는 일에도용서하고 엄벌하기를 반복한다. 지날수록 힘들기에 오늘이 가기 전에 전화했다.지날수록 무겁기에 마음이 식기 전에 글을 썼다. 쉽지만 용기 있었고 허탈했지만 뿌듯했다.오늘의 결정은 나를 가볍게 했다. [자작시] 사랑의 언어 어릴 때부터 아빠는 멀리서 직장을 다녔고 주말에만 만날 수 있었다. 아빠가 집에 오는 금요일 밤,우리 가족의 인사는 언제나 힘찬 포옹이었다. 서른이 넘었지만 우리 가족의 만남과 헤어짐은 여전히 포옹이다. 이만큼 강렬한 방법도 없고이보다 좋은 방법도 없다. 내가 너의 등을 두드리며 인사하는 이유는꽉 껴안기엔 좀 징그럽기 때문이고 팔을 두드리며 안녕을 말하는 것은그 정도로 친하진 않기 때문일지 모르지만 마음만은 다 똑같다. 이전 1 2 3 4 5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