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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일상을 여행처럼 일상을 여행하기로 마음 먹으니 깜깜한 골목은 소극장 무대가 되고낡은 간판과 허름한 건물은 힙한 카페가 된다. 출근길엔 그라데이션 배경이 깔리고퇴근길은 열 다섯 개의 별빛이 밝힌다. "뭐 좋은 일 있니?""여행 중이라 늘 즐거운 일만 가득합니다여행 중엔 실수도 헤프닝이고 역경은 퀴즈풀기 잖아요" 모든 상황이 좋아서 좋다고 말씀드렸고모든 사람이 좋아서 좋다고 말씀드렸더니의구심을 가지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 여행은.이 여행은 매일 끝나고 매일 다시 시작한다고 할 수도 있고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직업란을 여행가로 채우려다가 좀 부끄러워서이번에는 회사원이라고 적었습니다. 2025-02-13 여행일지 끝
[자작시] 컨베이어 샛강 다리를 건너 여의도로 두 번째로 들어갈 때나는 이제 삼십대가 되었고새파랗게 젊은 신입사원은 과거라는 걸 알았다. 사업이 안 된다던 옆집 아저씨는쿠팡 배달을 갔다지만 나는 집 안에 가만히시간을 괴로워하고만 있었다. '니가 하고 싶은 건 뭐니?' 딱히 대답할 꺼리는 없었는 지도 모르지만 두어가지를 말했다. 쬐끔 하고 싶었던 일자리의 연봉이 적다는 사실 하나만으로기다렸다는듯이 불씨는 꺼졌다. 이제서야 조금후회하는 것고작 1년쯤 취업 준비를 하다가 힘들어서'나도 출근하기 싫어서 몸부림 치는 직장인이라도 되게 해주세요'했던 것. 사무관을 때려치운 공무원과잘 나가던 직장으 그만두고 카페를 차린 바보형과대기업을 그만두고 행복을 찾은 프리랜서와졸업을 기약할 수 없는 대학원생과나는 행복한 나는얼마나 갈 지 모를 행..
[자작시] 일부터 십까지, 그리고 일을 하기 위해 일어나는 생활을 한 지가 몇 달 째이렇게 살아가는 게 이토록 고달플 지는 몰랐다.삼가 이르건데 삶이란 고통의 연속이다. 사사로운 시련에도 사경을 헤매다가오한의 지옥을 오르내리기도 했었다.육체의 연약함이 육중하게 조여온다. 칠칠치 못한 내게 과분해 보일 곱상한 손가락 끝이팔딱팔딱 흔들거려 대니, 두 팔로 바닥을 짚는 것이구차하게 보일까 망설여지지만 굳이 다시 일어서 본다. 십팔 까짓거 한번 또 열심히 살아보자. -일부터 십까지, 그리고 일부터 열까지
[생각] 물가 상승과 비유의 상실 - 김밥 한 줄은 얼마인가 지난 강원랜드 탐방기에서 룰렛 한번 누르는 데 2천원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걸 쓸 때 한번 누를 때마다 김밥 한 줄을 바닥에 버린다고 쓰고 싶었는데 쓰지 못 했다.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김밥 한 줄은 이제 2천원이 아니다. 김밥 한 줄이 천원인 시절은 존재했고, 2천원인 시절도 존재했지만 그 다음은 없다. 요즘 김밥 한 줄은 얼마인가. 룰렛 1딸깍이 얼마이면 김밥 한 줄을 바닥에 버린다고 할 것인가. 김밥은 2500원~5000원까지 다양하게 분포한다. 김밥 전문점도 다양화되고, 사이즈도 들쑥날쑥이며, 기본 김밥의 재료도 제멋대로이다. 더이상은 김밥 비유는 쓸 수 없다. 김밥 춘추전국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다음 문제는 ‘2천원은 무엇으로 비유해야 하는가’이다. 이것을 고민..
[자작시] 급제주도 1 어 뭐하고 지내냐 나 이번주는 제주도 갈거고 다음주에 한번 보자 아님 나혼자 가는데 제주도 올거면 오든가 ㅋㅋ 진짜 가도 됨? ㅇㅇ 숙소 차량 제공할게 어 그럼 이따 밤에 보자 . . . 전설의 시작  또는  평범한 무계획형 인간의 여행법 2 제주도에 갔더니 오늘부터 집에 가는날까지 비가 온단다. 그럼에도 괜찮을 수 있는 이유는 아무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전전긍긍하지 않고 누구도 조바심 내지 않는 아무 계획 없는 여행 친구들 비가 안 오면 바람이 부는 곳으로 비가 오면 지붕이 있는 곳으로 기분이 향하는 곳으로 발이 닿는 곳으로  가면 그만이고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자작시] 색을 잃은 계절은 없다 빛을 잃은 구름 덮인 하늘의 색깔은 회백색 단풍을 잃은 앙상한 나무에 남은 색깔의 이름은 갈색과 재색 생명을 다한 코스모스의 마른 이파리는 여전히 검붉은색 지난달 황금빛 논을 가득 채운 벼들이 자리를 비운 곳 역시 누군가에겐 황금빛 밑동과 논바닥 색을 잃었다고 하는 일컫는 세상의 색깔은 진회색
[자작시] 까치 울음 깍! 가로등에 앉은 까치 한 마리가 나를 멈춰 세운다. 날개를 슬쩍 들었다가 내리며꼬리깃을 쭉 세우며 짧게 '깍!' 어느 높은 나무에 앉아 있는다른 까치가 화답하며 '깍!' 그렇게 몇 번을 주고받는다. 너네들이 원하는 게 싸움인지 짝짓기인지그 흔한 안부인사인지내 알 길은 없다만 그 한 번의 울음이 쉬이 나오진 않았구나.
[자작시] 당신 앞길의 슬픔이 운명의 깃발을 들고 있다고 믿는가? 2차시기 슬픔을 기수로 세웠더니뒷걸음질도 두려워서 닻을 내려버리더라. 이 새낀 뻑하면 아는 척을 하며방향타를 돌리는데, 기똥차게 정답만을 피해 간다. 반나절이면 꺾일 고집이지만꽤 그럴싸하게 들리는 게 문제다. '침착하자', '정신 차리자'에서니 자리는 없다. 지금 슬픔이 당신 운명의 깃발을 들고 있는가?너무 오래 놓아두지는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