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냄새가 난다.
조금 불쾌했지만 금세 잊혀졌다.
'화장실 청소를 할까?' 하는 선택지는 희미했다.
3일 후 화장실에서 더 진하고 큰 형태의 냄새가 났다.
꽤나 불쾌했고 청소를 적극적으로 고려했다.
'바닥은 솔로 밀고, 수세미로 구석도 닦고, 하수구도...'
시뮬레이션에 만족했다.
다음날 거대하고 낯선 냄새가 코를 강타했다.
"원래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나는 무언가였다.
'낯선 냄새가 낯익은 벌레를 몰고 오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했다.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겼다.
그간 서서히 죄책감과 의무감도 선명해졌다.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사명감 등 숨어있던 감정들이 마음에 무게추를 더했다.
나는 몸의 편함과 마음의 편함을 저울질한 뒤
좋은 쪽을 위해 살아가고
불편함의 총합을 낮추기 위해 살아갔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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