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87) 썸네일형 리스트형 [자작시] 일부터 십까지, 그리고 일을 하기 위해 일어나는 생활을 한 지가 몇 달 째이렇게 살아가는 게 이토록 고달플 지는 몰랐다.삼가 이르건데 삶이란 고통의 연속이다. 사사로운 시련에도 사경을 헤매다가오한의 지옥을 오르내리기도 했었다.육체의 연약함이 육중하게 조여온다. 칠칠치 못한 내게 과분해 보일 곱상한 손가락 끝이팔딱팔딱 흔들거려 대니, 두 팔로 바닥을 짚는 것이구차하게 보일까 망설여지지만 굳이 다시 일어서 본다. 십팔 까짓거 한번 또 열심히 살아보자. -일부터 십까지, 그리고 일부터 열까지 [생각] 물가 상승과 비유의 상실 - 김밥 한 줄은 얼마인가 지난 강원랜드 탐방기에서 룰렛 한번 누르는 데 2천원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걸 쓸 때 한번 누를 때마다 김밥 한 줄을 바닥에 버린다고 쓰고 싶었는데 쓰지 못 했다.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김밥 한 줄은 이제 2천원이 아니다. 김밥 한 줄이 천원인 시절은 존재했고, 2천원인 시절도 존재했지만 그 다음은 없다. 요즘 김밥 한 줄은 얼마인가. 룰렛 1딸깍이 얼마이면 김밥 한 줄을 바닥에 버린다고 할 것인가. 김밥은 2500원~5000원까지 다양하게 분포한다. 김밥 전문점도 다양화되고, 사이즈도 들쑥날쑥이며, 기본 김밥의 재료도 제멋대로이다. 더이상은 김밥 비유는 쓸 수 없다. 김밥 춘추전국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다음 문제는 ‘2천원은 무엇으로 비유해야 하는가’이다. 이것을 고민.. [자작시] 급제주도 1 어 뭐하고 지내냐 나 이번주는 제주도 갈거고 다음주에 한번 보자 아님 나혼자 가는데 제주도 올거면 오든가 ㅋㅋ 진짜 가도 됨? ㅇㅇ 숙소 차량 제공할게 어 그럼 이따 밤에 보자 . . . 전설의 시작 또는 평범한 무계획형 인간의 여행법 2 제주도에 갔더니 오늘부터 집에 가는날까지 비가 온단다. 그럼에도 괜찮을 수 있는 이유는 아무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전전긍긍하지 않고 누구도 조바심 내지 않는 아무 계획 없는 여행 친구들 비가 안 오면 바람이 부는 곳으로 비가 오면 지붕이 있는 곳으로 기분이 향하는 곳으로 발이 닿는 곳으로 가면 그만이고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자작시] 색을 잃은 계절은 없다 빛을 잃은 구름 덮인 하늘의 색깔은 회백색 단풍을 잃은 앙상한 나무에 남은 색깔의 이름은 갈색과 재색 생명을 다한 코스모스의 마른 이파리는 여전히 검붉은색 지난달 황금빛 논을 가득 채운 벼들이 자리를 비운 곳 역시 누군가에겐 황금빛 밑동과 논바닥 색을 잃었다고 하는 일컫는 세상의 색깔은 진회색 [자작시] 까치 울음 깍! 가로등에 앉은 까치 한 마리가 나를 멈춰 세운다. 날개를 슬쩍 들었다가 내리며꼬리깃을 쭉 세우며 짧게 '깍!' 어느 높은 나무에 앉아 있는다른 까치가 화답하며 '깍!' 그렇게 몇 번을 주고받는다. 너네들이 원하는 게 싸움인지 짝짓기인지그 흔한 안부인사인지내 알 길은 없다만 그 한 번의 울음이 쉬이 나오진 않았구나. [자작시] 당신 앞길의 슬픔이 운명의 깃발을 들고 있다고 믿는가? 2차시기 슬픔을 기수로 세웠더니뒷걸음질도 두려워서 닻을 내려버리더라. 이 새낀 뻑하면 아는 척을 하며방향타를 돌리는데, 기똥차게 정답만을 피해 간다. 반나절이면 꺾일 고집이지만꽤 그럴싸하게 들리는 게 문제다. '침착하자', '정신 차리자'에서니 자리는 없다. 지금 슬픔이 당신 운명의 깃발을 들고 있는가?너무 오래 놓아두지는 않기를 바란다. [영화후기] 오후네시 - 스포o 내가 사랑하는 여자의 안위를 다른 남자가 보살펴주는 것이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만, 인간은 간사하기에 100% 만족스러울 순 없다.내가 사랑하는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준 것 자체가 고맙지만, '좀만 더 잘해주지'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든다.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문학을 원서로 볼 수 있는 나라.프랑스어로 쓰인, 최애 작가의 최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원어로 볼 수 있는 나라.뽕이 차오르는 일이 아닐 수 없다.이름과 돈과 명예를 걸고 영화를 제작한 감독보다 방구석 독자인 내가 더 잘 안다고 주장하는 것만큼 추한 것이 없다.조금 서운한 장면 몇 개와, (내가 생각했을 때) 대단히 잘못된 해석 몇 개가 있었다.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제작진의 얘기를 듣는다면 납득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쬐금 섭섭하.. [자작글] 침묵은 소리들이 모여 사는 집이다. 주둥이 닥쳐, 소리가 잠들 시간이야. 네 더러운 목소리 때문에 소리가 잉태할 수 없잖아! 하지만 목소리도 '소리' 잖아요? 제 소리는 그 소리와 다른 건가요? 목소리라... 말장난은 집어쳐. 그따위 말장난은 외국어로 번역도 어려워서 노벨상을 탈 수도 없다고. 그리고 그 싸구려 목소리의 가치가 없다는 것까지 내가 하나하나 알려줘야하냐? 하지만 저는 목소리도 좋고 노래도 잘하는걸요? 입닥쳐. 자연의 고요함 가운데 울려 퍼지는 물소리, 버드나무와 썩은 통나무를 지나는 바람 소리, 그 위를 수놓는 풀벌레 소리, 이런 오랜 침묵의 방을 깨고 나온 것이 진정한 소리다 애송아. 이전 1 2 3 4 ···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