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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시

[자작시] 컨베이어

 

샛강 다리를 건너 여의도로 두 번째로 들어갈 때

나는 이제 삼십대가 되었고

새파랗게 젊은 신입사원은 과거라는 걸 알았다.

 

사업이 안 된다던 옆집 아저씨는

쿠팡 배달을 갔다지만 나는 집 안에 가만히

시간을 괴로워하고만 있었다.

 

'니가 하고 싶은 건 뭐니?'

 

딱히 대답할 꺼리는 없었는 지도 모르지만 두어가지를 말했다.

 

쬐끔 하고 싶었던 일자리의 연봉이 적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다렸다는듯이 불씨는 꺼졌다.

 

이제서야 조금후회하는 것

고작 1년쯤 취업 준비를 하다가 힘들어서

'나도 출근하기 싫어서 몸부림 치는 직장인이라도 되게 해주세요'

했던 것.

 

사무관을 때려치운 공무원과

잘 나가던 직장으 그만두고 카페를 차린 바보형과

대기업을 그만두고 행복을 찾은 프리랜서와

졸업을 기약할 수 없는 대학원생과

나는

 

행복한 나는

얼마나 갈 지 모를 행복에 젖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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