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187)
[일상] 오래전 피타입 형님 만난 후기 이 얘기는 9년 전 2014년 여름의 이야기이다. 나는 힙합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일리닛을 가장 좋아한다. 그 여름 나는 군인이었고 일리닛 형님의 공연이 마침 대구에서 있었다. 내 휴가날이랑 기가 막히게 맞아서 천운으로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공연에서는 일리닛 외에도 많은 분들이 왔다. 일레븐, 마이노스, 가리온, 넋없샨, 노지더머기맨, 허클베리피 그리고 피타입. 몇 분 더 있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술제이 형님도 계셨나? 공연은 정말 좋았고 잘 모르던 분도 새로 알게 되어 좋았다. 아무튼 이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일리닛 보러 간 놈이 피타입 형님 만난 후기로 글을 쓴 이유가 있다. 그 당시 공연장 문화를 잘 몰라서 공연 끝나면 뭐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몰라서 그냥 집에 가려고 했다. 아..
[자작시] 당신의 앞길에 슬픔이 당신 운명의 깃발을 들고 있다고 믿는가? 슬픔은 무지의 안개를 걷어낸다. 기억의 뒤안길에 내팽개쳐 놓았던 내 삶의 우선순위를 재배열한다. 슬픔이 든 깃발은 높고 검붉기에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이끌려간다. 하염없이 그 뒤를 따라 걷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기쁨과 행복의 기수 또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를...
[자작시]그림자를 사랑한 아기쥐 후기 https://www.youtube.com/watch?v=NQzqrOyaQPQ [그림자의 변] 나의 질문에 당신이 답한 적이 없으나 나는 묵묵히 기다렸소. 망아지의 이간질에 피가 끓어 오를 때에도 나는 소리죽여 울고 있었소. 내가 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은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소. 당신이 나를 찾아 온 밤을 헤매었으나 나는 밤에 비로소 당신을 품을 수 있소. 보여지지 않아도 함께일 수 있고 만져지지 않아도 느껴질 수 있소. 당신의 몸이 무참히 찢겨 나갈 때 내 마음 역시 갈갈이 찢기었소.
[자작시] 전나무와 양귀비 중 누구를 땅은 더 사랑할까? 당신은 예쁜 미세먼지를 사랑할 수 있는가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은 작고 예쁜 모래 한 알을 사랑할 수 있는가 또한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은 예쁘게 떨어진 은행잎 하나를 사랑할 수 있는가 그건 사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구는 대답할 것이다. "양귀비는 사랑하기엔 너무 작소"
[자작시] 땅 밑에는 자석이 있나, 가을의 형제 자석이? 봄에 돋아난 새 잎의 이름은 산화철(Fe2O3) 푸르고 안정적인 그는 땅 밑의 자석에 응답이 없네 가을이 데려온 차가운 바람의 이름은 코크스 나뭇잎과 부딪히며 한숨을 쉬고 떠나가네 영혼을 떠나보낸 나뭇잎을 부르는 땅 밑의 자석이 부르는 소리에 하릴없이 따라갈 수 밖에...
[자작시] 사전은 하나의 무덤인가, 아니면 봉해진 벌집인가? 사전은 단어의 현충원이자 명예의 전당이다. 그 옛날 목도질로 빚어낸 철지난 목간통처럼 휑뎅그렁한 무주공처에 허허로운 하역부처럼 희부연 바닷가에 앉아 포말을 보던 키꼴이 껑충했던 젊은 날을 회상하는 노파처럼 새금한 향기를 품었던 그들은 셈본에 밝지가 않아서 고아한 비밀을 간직한 채 까무룩 잠에 들었다.
[소설] 3줄 소설 도전 1 여 : 알다시피 난 혼전순결이야. 남 : 네 남친이 차은우였어도 네가 그런 소리를 했을까? 여 : ...내 신념에 차은우만큼 잘생긴 남자가 내 남친이라는 가정은 없었어. 2 곰팡이는 동물일까 식물일까 동물이다. 왜냐? 번식하니까. -초등학교 5학년 담임선생님이 실제로 한 얘기
[자작시] 그리고 왜 나는 이주를 선택했지, 내 뼈는 칠레에 있는데 드높은 나무에서 활강한 나는 하늘을 유영하는 자유로운 씨앗 하나 기약없이 떠나간 나는 나무가 그리운 반면에 설레는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린다. 내가 다시 나무로 돌아갈 길은 어디로 갈 지 알 수 없는 나의 씨앗을 바람에 태워 흩뿌리는 길 뿐 내가 내린 타향의 뿌리가 깊어졌다 생각할 때 그 곳에 닿은 나의 씨앗이 본 나무의 뿌리는 세상을 뒤덮을만큼 널리 퍼져 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