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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30개월 조카 曰 "기분이 안 좋네" / 헉! 뭐라고? 우리 귀여운 조카는 2년 6개월이 되었고 말을 꽤 잘하는 편이고 양가를 모두 합쳐도 약 30년 만에 태어난 아주 아주 귀한 아이이다. 아마 태어나서 본 모든 사람은 이 아이에게 미소를 짓고 호의적으로 대했을 것이다.  2년이 조금 넘었을 때는 '기분이 좋네'라는 말을 배워서 맛있는 걸 먹을 때 주로 자주 이 말을 했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안 좋네'라는 말을 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왜그러냐고 물었는데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다.  나중에 우리 엄마가 말하기를 '기분이 안 좋네'라고 하면 모든 사람이 자기를 걱정하고 쳐다봐주니까 그게 너무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그 기분을 만끽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아까 기분이 안 좋네라고 할 때도 눈은 여러 사람을 살폈고, 기분이 그렇게 안 좋아 보이지도 ..
[자작시] 다수결 2 : 1 "다수결을 통해 나무를 베기로 결정되었단다." "우리들의 의견은요?" "너희들은 투표권이 없단다" "하지만 이 나무의 열매가 필요한 것은 우리인데요?"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단다." "왜요?" "너도 어른이 되면 알게 될거야." "그렇다면 저는 어른이 되지 않을래요!" "나도 그럴 수 있었다면 좋겠구나" "투표권은 아이로 남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되나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단다" "왜요?" "왜일까..."
[자작시]네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향기를 선물하지는 마 네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향기를 선물하지는 마. 잠에 깨서 창문을 열 때, 향기 앞을 지나갈 때, 입은 옷이 바람에 날릴 때마다 진하고 산뜻한 나무향이 내 코끝을 울리잖아. 그 향은 언제나 내 곁에 머물고 너무나 오랫동안 날 괴롭히잖아. 내가 준 선물의 대가로 향기를 돌려주지는 마. 내가 준 선물을 넌 기억조차 못 하겠지만 네가 남긴 잔향의 무게는 온전히 내 몫이잖아. 이뤄질 수 없는 상상을 하며 네 생각에 사무쳐서 시를 써내려야 하잖아. 지나간 감정을 다시 붙잡고 끌어안을 수밖에 없잖아. 내가 떠나보낸 감정을 향기로 묶지 마. 네가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향기를 선물하지는 마.
[일상] 집 앞은 영화 촬영중 - 영화 촬영현장 말단 스태프 기습 인터뷰 서울에 있다 보니 촬영 현장을 자주 목격한다. 여의도에서는 출근길, 풍경 같은 걸 찍는 카메라를 자주 볼 수 있다. 뉴스에서 쓸데없는 얘기할 때나 애국가 나올 때 틀 것 같은 장면을 따는 것이다. 어느 날에는 지하 도로에서 유럽 모델이 화보 촬영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에는 흰 쫄쫄이, 노란 쫄쫄이를 입은 유튜버가 촬영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에는 양아치 아프리카 스트리머가 야외 방송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에는 카페 앞에서 연인 역할로 보이는 남녀가 촬영을 하고 있었다. 유튜브용 웹드라마 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다. 한동안은 문 닫은 가게 앞에 [드라마 ㅇㅇㅇㅇ 촬영중 협조 바람]이라며 촬영용 벤이 세워져 있었다. ... 오늘은 집 앞에서 영화촬영을 하고 있었다. 인도를 점령하고 있는데 따로 통제는 안 ..
[자작시] 운이 좋게도 운이 좋게도 내 미래의 성공을 믿어주는 사람이 참 많다 아직은 조금 불안하지만 이미 궤도에 올라왔음을 나는 느낄 수 있다. 1년 전과 다른 것 없는 환경이지만 1년 전에는 할 수 없는 생각과 행동을 한다. 내게 붙은 라벨을 떼고 내가 붙인 라벨을 떼면 꽤나 자유로울 수 있다. 운이 좋게도.
[독후감] 한글 꽃이 피었습니다. 서 예 글자로 하는 예술 예술 그 자체이다. 아름답다. 한글의 배치와 두께 조절, 변형과 해석으로 예술을 만들었다. 글자가 참 아름다운데 첨부는 왠지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못 하겠다, 대신 작년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찍은 작가님 작품을 첨부한다. 지난해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작가님의 작품을 혼이 빠져서 봤다. 그 길로 다이소 붓펜을 사서 캘리를 끄적였고 나름 즐거웠다. 강병인 작가님의 글씨나 다른 도서 표지의 글자를 베껴쓰기를 위주로 연습했다. 그러다가 내가 스스로 창작하기도 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게 허접한 블로그 표지이다. 그냥 느낌가는 대로 한 번에 그렸는데 다시 몇 번 그려도 처음보다 못하길래 첫 번째걸 쓰기로 했다. 서예는 어렵지만 접근성이 좋다. 집에 있는 모나미 볼펜으로 시작해도 좋고 다이소..
[자작시] 똥구멍은 누구나 더럽다. 하지만 닦지 않은 놈과 같을 수는 없다. 닦지 않은 놈은 누구나 더럽다. 하지만 그걸 꺼내 보이는 놈과 같을 수는 없다. 꺼내 보이는 놈은 누구나 더럽다. 하지만 남에게 묻히고 다니는 놈과 같을 수는 없다. 더럽다고 외면하면 모두가 똑같이 더럽다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똥구멍을 응시해야 한다. 이놈의 그것에는 똥꼬 주름에 낀 똥찌꺼기가 보인다. 저놈의 그것에는 항문낭과 치루가 보인다. 그지 똥꾸멍의 콩나물이 보인다. 더럽다고 외면하면 문제에 다가갈 수 없다. 우리는 충분한 관심을 통해 이를 구분할 수 있다.
[자작시] 방향제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고 잊으려 해도 꿈에 종종 나와버리고 이제 조금 멀어지나 싶었는데 큰일이다. 니가 선물한 방향제 때문에 니 생각이 너무 난다. 방을 가득 채워버려서 피할 곳이 없다. 옷에 깊숙히 스며든 잔향은 외출 후에도 꽤나 오래 나와 함께한다. 이걸 핑계로 너를 생각한다. 이걸 핑계로 너를 그려본다. 이걸 핑계로 시를 써내린다. 지난 감정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선명하고 억지로 잡고 있기엔 내 손이 부르텄다. 사실 내가 질척대는 거지만 네 탓을 하고 싶다. 이건 니 잘못도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