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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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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좋은 그림의 요소 처럼 인체 비례가 하나도 안 맞아도 좋은 그림책이 될 수 있다. -폴스튜어트 처럼 멋지게 색종이를 오려 붙인 그림책도 있다. 디테일이 살아있지만 마티스처럼 대충 처리한 부분도 있다. 좋은 그림의 요소는 무엇일까. 좋은 인상과 메시지가 아닐까. 짱구도 비례는 개같이 안 맞지만 좋은 그림이고 성공한 만화이다. 엉덩국도 훌률한 만화이며 좋은 그림이다. 귀귀 선생도 잘 그린 그림이며 숲속친구들은 좋은 만화지만 좋은 그림인지는 잘 모르겠다. 인상과 메세지, 본질에 집중하자. 글도 그림도 삶도.
[생각]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 제일 어렵다. 꾸미지 않고 쓰는 것과 있는 그대로를 쓰는 것은 다르며 표현이 떠오르는 것과 표현을 짜내는 것은 명확하게 다르며 차오르는 눈물과 공업적 최루법이 다르다. 반대로 재밌는 것과 명징하게 직조한 것은 오히려 비슷하고 짜라투스트라는 그렇게 말했다와 마빡이 또한 비슷할 지도 모른다. 정석은 외운 뒤에 잊어버리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자. 짜내지 말고 녹여내자.
[자작글] 간이식을 앞둔 아들의 편지 (픽션) 나는 누구보다 탐욕적인 마음으로 아빠에게 간이식을 한다. 랜덤 지구인 100만 명 죽이고 우리 아빠 살리기 버튼이 있었으면 그걸 눌렀겠지만 내 앞에 있는 것은 내 간을 떼주고 아빠 살리기 버튼뿐이기에 이 버튼을 누른다. 좋은 인간이거나 좋은 아들이어서가 아니다. 이 결정은 아빠를 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나의 쾌, 나의 기쁨을 위하여 결정하였다. 아빠는 나에게 그런 기쁨을 주는 사람이며 이런 결정을 하게 한 아빠로서의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면 된다. 혹시 우리 아빠가 죄책감에 ‘조금만 덜 사랑할걸. 조금만 덜 잘해줄걸’이라고 생각하는 아빠는 아니겠지? 시간을 되돌려도 우리 아빠는 아마 그럴 수 없었을 테니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시길. ====================== ==============..
[일상] 누군가의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힘을 갖고 싶다. 나는 그 사람에게 아무것도 아니기에 섣불리 위로를 건네기도 전화나 문자를 남기기도 어렵다. 지금 심경이 어떤지를 물어보는 것도 실례일까 봐 물어보기도 힘들다. 오늘 그 분이 눈물을 못 참고 자리를 박차고 나갈 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아쉽다. 사랑의 마음도 아니고 동정의 마음도 아니라 나의 무력함에 맥이 풀린다.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내가 위로가 될 수 있었을까? 작가님 같이 지혜로운 분이라면 언제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연락을 했을까? 별 거 아닌 것에 아쉬워지는 밤이다.
[일상] 치과. 시리면 말씀하세요. 웬만한 경우에 치과에서 견뎌야할 고통은 마취 정도다. 충치치료에서 신경이 살아있는 충치를 치료하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만약 마취가 똑바로 안 됐다면. . . . 아프면 말해라. 마취약을 더 넣을 것이다.  그래도 아프면 또 말해라. 잠시 약기운이 퍼지기를 기다려주실 것이다.  견디지마라. 너에게 트라우마를 줄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를 끔찍한 시린 통증이 치료가 끝나고 몇 년이 흘러도 남을 것이다.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서 내가 손을 꼼지락거리며 참는걸 알고 시술을 멈추고 마취약이 퍼지기를 기다려 주시는 와중에 글을 남긴다.
[생각] 가장 고통받는 무능한 완벽주의자 문득 길을 가다가 무능한 완벽주의자에 대한 생각이 나서 글로 옮긴다. 검색을 대충 해보니 역시 내가 생각한 게 아니라 어디서 주워들은게 문득 생각난 것 같다. 세간에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이름이 더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다. 나라는 인간은 완벽주의랑 정 반대되는 삶을 살아서 내가 완벽주의자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집 정리도 대충 이만하면 됐지 계획도 대충 이 정도 틀 안에서 상황에 따라 하자 놀 때도 대충 이기면 좋고 져도 그만 이렇게 대충주의자로 살았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무능함과 게으름이 버무려지면서 무능한 완벽주의자가 되어버렸다. 무능한 완벽주의자는 무능하다. 어릴 때부터 내가 뭐만 만지면 부서지고 고장나고 물건만 가져갔다 하면 잃어버리고 말귀를 못 알아듣고 이상한 것을 한다던지 ..
[개똥철학] 불륜남녀를 비난할 수 있을까? (부부의세계, 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니잖아) -1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부부의 세계에서 바람을 핀 남편이 본처에게 들킨 뒤에 면전에서 뱉은 말이다. 그당시 엄청난 공분을 샀고 불륜남 김태오는 국민적인 쓰레기가 되었다. 위 대사가 나오는 유튜브 클립에 있는 댓글을 찾아보았다. 딱히 영양가 없는 댓글이 최상단에 있었고 쭉 내리니 밑에서 내가 지금부터 얘기하고 싶은 내용을 다룬 사람들이 있었다. 다 볼 필요는 없고 꽤나 다양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것 정도만 보면 된다. 69개의 댓글 3줄 요약 1. "간통죄 폐지로 형사법상 무죄니까 맞는 말이다." vs "죄의 범위는 법이 정한 것만은 아니다." 2. "사랑에 빠지는 것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피할 수 있다." vs "사랑에 빠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3. "사랑에 빠져도 행동만 안 하면..
[생각] 칭찬은 직접적으로 하자 롤을 하다 보면 상대가 너무 잘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난 채팅을 친다. “어우 상대 너무 잘한다” 롤을 포함한 팀대항 PVP 게임을 해봤다면 그다음에 높은 확률로 우리 팀원이 내게 할 말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상대가 잘하는 게 아니라, 네가 못하는거야 븅신아” .. 나는 칭찬에 후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나의 면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를 까내리거나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좋지 않은가?  김ㅇㅇ 선배님은 나의 전 직장 사수이다. 실무도 정말 잘 보고, 폐급인 후임에게도 물심양면으로 잘해주실 만큼 인성도 훌륭하다. 이 분을 그때 만난 것을 정말 행운이다. 몇 년만 지나도 만날 수 없는 자리에 가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ㅇㅇ은 나의 부랄 친구이다. 최 군을 단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