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에서 이 책이 선정되었을 때는 못 읽었다.
시간은 있었는데 글이 읽히지가 않아서 못 읽고 참석을 했었다.
근데 몇 달 후에 이 책이 부커상을 받았다고 해서 다시 읽었다.
사실 부커상이 뭔지도 모른다. 뭐 해외에서 대단한 상이라고 한다.
권위에 휘둘린 것인지 그저 상황이 그랬을 뿐인지 모르겠으나 그 이후에 너무 재밌게 다 읽어버렸다.
역시 초반에 살짝 힘든 부분이 있었으나 책은 정말로 잘 쓰였다.
이 소설을 어떻게 요약할지, 어떤 평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류의 문체와 글의 맛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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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문장들은 마치 박완서 시대에 그녀와 같은 작가의 시대를 산 사람이 쓴 것 같다.
하지만 명관이 아저씨는 1964년생이다. 환갑을 바라보고 있으니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1800년도 후반에서 1900년도 초중반의 소설의 내용을 쓰기엔 너무 젊다.
그러나 작가는 요즘은 잘 쓰지 않는 고어와 사어들이 너무도 많이 등장하고 이를 현대인도 읽을 수 있도록 잘 녹여냈다.
옛날 신문처럼 지식 자랑하는 투로 욱여넣어서 한자어나 고어를 쓴 게 아니라 정말 꼭 그 단어와 그 표현이 필요했기 때문에 쓰인 느낌이다.
ex) 달빛이 내비치는 휑뎅그렁한 마당 한복판엔 풀벌레소리만 가득했다.
ex) 목도꾼, 목간통, 두엄, 부지깽이
이 소설 한 권을 보는 동안 나왔던 모르는 단어는 50개쯤 되며 생경하고 아름다운 표현은 십 수개쯤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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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의 죽음을 기다리는 검은 저수지에는 휘영청 보름달이 떠 있었다."
"허리에 손을 대자 살이 묻어날 것처럼 부드러워 손이 떨렸다."
나는 이러한 표현을 참 좋아한다.
내가 아는 단어들이지만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조합하여 문장을 그려낸다.
그 표현은 너무나도 적절해서 머릿속에 재생되며 감탄을 자아낸다.
나는 이 책의 줄거리나 시대상, 의미와 해석에 대해 말할 재주도 없지만 그럴 마음도 크지는 않다.
다만 이 소설의 끝에 생각나는 것은 이러한 아름다운 표현과 단어들이다.
이러한 미사여구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을 꺼려하는 독자도 많지만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이 것이다.
혹시 이 소설의 이러한 점이 좋았다면 아래의 책들 또한 추천한다.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 <오후 네시>, <살인자의 건강법>(아멜리 노통브)
-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그싱아>는 <고래>와 가장 시대, 배경, 표현에서 유사한 작품일 것이고,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의 표현도 참 독특하고 생동감 있으며 아름답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러한 표현이 너무 과하고 지속적으로 나와서 꽤나 피로감을 느낄 정도였지만 나는 이 소설도 정말 좋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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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쓴 시가 있다.
<고래>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소설에 나온 단어만 사용하여 만든 시이다.
링크 : https://mssg.tistory.com/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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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및 표현]
목간통 주발 일색소박 박색소박 두엄 부지깽이 목도질 목도꾼 벌치기 보료 평대 탁배기 거웃 젓국 겁간 사매질
방죽 휘적휘적 허허롭게 육욕 희부옇게 포말 하역부 거룻배 뱃전 흘수선 검불 다리품을 팔다. 설핏 잠이 들었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강팔라지다. 포달을 부리다. 셈본
부엌살이, 돌쩌귀가 삐걱거리는 소리, 요분질
포목전 돌계집 굴신
옴살로 서로 의지하다.
우제류 터수 목도꾼 도붓장수 등짐장수 방물장수 새금한 커피향 지분거리다. 모골이 송연해지며
엄마의 품에서 모처럼 안온한 행복감을 느꼈을 뿐이었다.
목물 양중이 청배 훼사 소경
감창소리 까무룩 잠이 든다. 왈짜 유곽 가다밥 행형학 가르랑거리는 소리 눈부신 자색 함지
가게는 불에 탄 채 골조만 남았다.
수크령 (꽃이름) 알싸한 흙냄새 염험한 주술 산모롱이
천형
췌언
휘영청 / 산 자들의 죽음을 기다리는 검은 저수지에는 휘영청 보름달이 떠 있었다.
휑뎅그렁한 / 달빛이 내비치는 휑뎅그렁한 마당 한복판엔 풀벌레소리만 가득했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 너머로 붉은 노을은 지고 있었다.
안반짝 키꼴이 껑충한 사내 괴걸한 용모 희미한 달빛이 파도에 부서지고 있었다. 해수면 위에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바다를 한참 바라보다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붉은 낙조를 뒤로하고 덕장을 떠났다.
고아한 비밀을 간직한 새금한 향기
자신을 위해 애면글면 조섭에 온 힘을 기울이던
허리에 손을 대자 살이 묻어날 것처럼 부드러워 손이 떨렸다.
아이가 자신의 발목을 비끄러매다.
따뜻한 봄햇살은 그녀의 육체 위에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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