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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시

[자작시]나무들은 왜 뿌리의 찬란함을 숨기지?

나는 뿌리가 부끄럽다.

 

뿌리의 생김새는 흉측하고 징그럽기 짝이 없다.

음습하게 흙 사이를 파고들며 증식하고

지멋대로 뿌리에 뿌리가 돋아 뻗어가고

그 뿌리에 또 뿌리가 돋아 일대를 뒤덮는다.

 

어쩌다가 흙 밝으로 뿌리가 슬쩍 고개를 내밀 때는

너무도 창피해서 얼른 집어넣고 싶지만

이놈의 뿌리는 불호령에도 꿈쩍도 않으니

그저 가지를 흔들어 이파리로 살짝 덮을 수 밖에

 

나도 잘 알고 있다.

뿌리는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부지런한 것을

내가 사랑해야할 나 자체이고 근원이라는 것을

 

그래도 내가 못나고 모나서 이런 것을 어쩌겠는가.

나에게 왜 뿌리의 찬란함을 숨기냐고 묻기 전에

니들부터 아름다운 가슴과 찬란한 고추를 내놓고 다녀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