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1년 반 전에 처음 읽고 이번에 다시 읽었다. 그 당시에는 나중에 천천히 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찬찬히 한 줄씩 읽어보니 내가 무지한 게 아니라 글을 너무 못 썼다.
번역이 좋지 않은 것은 거의 확실해보인다. 비문으로 보이는 문장이 많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이 책은 한문장 한문장 곱씹고 생각하고 소화한 뒤에 다음 문장을 봐야 하는데 소설책처럼 쭉 읽어냈으니 내가 이해하고 있었을 리가 없다.
천천히 읽으니 보인다.
번역이 나쁘다.
[내용]
마치 차에 치인 개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는 대번에 혐오스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비트겐슈타인 : “당신은 차에 치인 개가 무엇을 느끼는지 알 수 없소”
재미있는 대목이다.
철학자들의 유머에 대한 불안함과 혐오감이 조금 있는데 이 문장은 아마 웃기려고한 것 같고 그게 나한테 통했다.
굉장히 강하고 인상적인 문장인데 찬찬히 곱씹어보면 재미도 있었다.
개소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자신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데도 말하기를 요구받는 경우가 그렇다. 그 주제에 관해 화자가 가진 지식을 넘어서는 발언을 할 대 개소리의 생산은 활발해진다.
나도 많이 하고 주변에서도 굉장히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도저히 모른다고 대답할 수 없을 때, 이미 생각을 하기 전에 대답이 나와버렸을 때, 담을 수 없는 개소리를 줄줄이 읊어야 할 때가 있다.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듯이, 진리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니라 개소리이다.
다들 주변인이나 정치인, 연예인 등 특정인이 생각날 것 같다. 개소리는 정말 대응하기가 어렵다. 명확하고 확고한 생각과 논리가 자리잡기 전까지 이런 부류의 인간을 마주하는 것은 너무 스트레스 받고 어려운 일이다.
[번역]
이 책 표지 어디에도 번역가의 이름은 없다. 맨 앞 페이지에도 없고, 목차에도 없고, 번역에 대한 설명도 없고, 옮긴이의 글에 ‘이 윤’이라는 이름이 쓰여있었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책도 쓰고 번역도 4권 이상 했는데 왜 이럴까.
이 번역가가 잘한 것은 bullshit을 [개소리]로 번역한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도 잘 쓰여있지만 꽤나 고민을 한 것 같다. 협잡, 거짓말 등등 다른 단어는 한국어로 잘 옮겨왔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어떤 진술이 거짓이라는 사실은, 그것이 아무리 약하고 쉽게 번복할 수 있다 해도, 그것만으로도 그런 진술을 하지 않을 이유가 된다.
난 두 번 이상 읽어봐야 위의 문장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정도의 문장인데 꼭 이렇게 직역을 했어야 했나 의문이 든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장도 있다.
오늘날 개소리의 확산은 또한 다양한 형태의 회의주의 속에 보다 깊은 원천을 두고있다.
진짜 저렇게 썼다.
'또한'은 높은 확률로 also겠지. 그걸 문장 중간에 저렇게 박아버린 것이다.
이 문장은 구글 번역이나 파파고를 돌렸으면 훨씬 매끄러운 문장이 나왔을 것이다.
뒷 문장도 이상하다.
전체 문장의 내용은 "개소리의 확산은 회의주의가 원천이다."인 것 같은데 이렇게 쓴 이유가 다 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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