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은 갈 때마다 즐거운 일이 생긴다.
아직 올리진 않았지만 이전에 취재를 해서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있었다.
오늘은 취재하러 간 건 아니고 지나가던 길에 탑골공원 근황이나 몇 장 찍었다.
무성한 소문과 달리 바닥도 깨끗하고, 지린내도 안 나고 아주 깔끔하다.
그렇게 공원을 지나왔는데,,
오늘도 탑골공원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너무도 기분 좋게 자고 있는 주취자를 발견했다.
아직 서툴러서 제대로 찍지는 못 했지만 횡단보도 바로 오른쪽에는 양 옆으로 불법주차가 되어있고, 포터 한 대가 길이 막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인상을 찌푸리거나 외면하고 지나가겠지만 난 미소지은 채로 취재를 시작했다.
엠뷸런스가 올지, 경찰차가 올지, 길을 막힌 포터가 주취자의 머리를 으깨고 지나갈지 모르겠지만, 이 사건의 결말을 알고 싶었다.
주변 시민들은 웅성 웅성 서로 의견을 내고 있었다.
'깨워야 되는거 아니야?'
'119 불러야되는거 아니야?' / '아니 112를 불러야지 왜 119를 불러~'
깨우려는 시민이 있었는데 또 말리는 시민도 있었다. 손댔다가 잘못되면 큰일 난다며.
그렇게 갑론을박을 하는 사이에 약 1.5분 만에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차에서는 젊은 여경과 아저씨가 내렸다.
주취자 신고에 여경이?
내가 생각하는 주취자 처리의 프로토타입은 다음과 같다
경찰1 : (어깨를 톡톡 치며) 선생님~ 선생님~ 여기서 주무시면 안 됩니다~ 집이 어디세요~ 이름이 뭐예요~ 정신 차려보세요.
경찰2 : '아유~ 요즘은 이런 놈들 손도 못 대고 어떡하지...' (후략)
실제 처리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여경은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주취자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퍽퍽 치며 깨웠다.
아프게 친 건 아니지만 진짜 퍽퍽 소리가 나게 쳤다.
그리고는 기다릴 틈도 없이 단숨에 어깨를 잡아끌어서 주취자의 상체를 일으켜 세우더니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인도로 질질 끌고 갔다.
이 모든 것은 10초 안에 처리되었다.
이 내용이 혹시 해당 경찰분께 누가 될지 모르겠다. 아마 매뉴얼은 이렇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이런 경찰을 원할 것이다.
여경이 치안의 공백이라고?
인터넷으로만 볼 땐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내 눈으로 본 여경은 이 분 밖에 기억이 안 나고, 여경은 치안의 공백이 될 수 없다.
나약한 경찰과 강인한 경찰만 존재할 뿐이다.
편견을 박살 낸 순간이었다.
.
.
.
그래서 내가 강도를 당하면 누가 왔으면 좋겠냐고?
물론 건장하고 젊은 남자요.
아니면 이 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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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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