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귀여운 조카는 2년 6개월이 되었고 말을 꽤 잘하는 편이고 양가를 모두 합쳐도 약 30년 만에 태어난 아주 아주 귀한 아이이다. 아마 태어나서 본 모든 사람은 이 아이에게 미소를 짓고 호의적으로 대했을 것이다.
2년이 조금 넘었을 때는 '기분이 좋네'라는 말을 배워서 맛있는 걸 먹을 때 주로 자주 이 말을 했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안 좋네'라는 말을 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왜그러냐고 물었는데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다.
나중에 우리 엄마가 말하기를 '기분이 안 좋네'라고 하면 모든 사람이 자기를 걱정하고 쳐다봐주니까 그게 너무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그 기분을 만끽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아까 기분이 안 좋네라고 할 때도 눈은 여러 사람을 살폈고, 기분이 그렇게 안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개들이 갑자기 아픈 척을 한다던가 이상행동을 한다는 얘기는 들었다.
부부 사이가 안 좋은 집에서도 아이가 아픈 척을 한다던지 갑자기 빨래를 갠다던지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화목한 가정에서 모두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도 관심 받으려고 이러는 것을 보니 참 웃기다.
이 어린 조카는 처음엔 장난 혹은 진심으로 '기분이 안 좋네'라고 했는데 그에 대한 주변 어른의 반응이 너무 좋았나 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관심을 좋아해서 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노래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평소보다 훨씬 텐션이 좋다는 얘기는 들었다. 항상 밥을 잘 안 먹는다고 하는데 내가 갈 때마다 밥을 잘 먹는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고 한다.
잘은 모르겠으나 4살쯤 아이들이 걸리는 싫어병도 이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각자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어떤 아이는 '싫어'라고 말한 나에게 더 큰 반응을 하는 부모의 행동이 좋았던 것이 아닐까?
오늘도 일곱 식구가 모여서 조카 덕분에 웃을 일이 참 많았다.
입술이 텄다고 하니 '립밤 발라줘'라고 말하고
돼지비계를 좋아하는데 살코기 부분만 줬더니 '비계가 없는 고기야! 붸(뱉음)'라고 하는 30개월 아이를 보며
기쁨, 놀라움, 행복 등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감정을 받았다.
아 못 참겠다. "얘 천재 아니야?"
우리 집안에서 조카는 큰 축복이다.
조카의 모든 행동과 말에 웃을 일이 참 많았다.
누나에게 얼마 전에 둘째가 생겼는데 걱정이 되면서 기대도 된다.
누나는 항상 잘해왔지만 늙고 약한 몸으로 둘째를 낳는다는 게 마음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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