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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시

[자작시] 문득, 임자

 

두 손을 꼭 잡고 숨이 넘어갈 듯

뛰듯이 동산을 올라가던 그때를 기억하오?

 

둘이서 양팔을 쫙 벌려 안아도 모자라

손이 맞닿지 않았던 그 벚나무를 기억하오 임자

 

천지에 벚꽃을 흩날릴 때 몰려오는 인파에 정신이 없어

가을에 다시 오잔 약속을 기억하오?

 

시월이,

우리는 그 나무를 시월이라 하였잖소.

 

앙상히 뼈만 남은 시월이가 뭐가 그리 좋았는지

매년 시월이면 같이 동산을 올랐잖소.

 

병상에 앙상해진 당신을 바라보며

문득 시월이가 생각나 버렸음을 용서해 주시오.

 

우리는 어쩌면 시월을 잠시 지나가고 있을 뿐이라오.

끝이 아니라 봄의 시작을 준비할 뿐이란 말이오.

 

그러니 이 손을 놓지 말고 다시 일어나

시월을 향해 같이 가보자우 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