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 주님 - 양세형
신발주머니 발로차며 집으로 가는 저 아이
당신님의 눈으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바람에 꺾여 고개떨군 이름모를 저 풀잎
당신님의 손으로 느껴보고 싶습니다.
타닥타닥 양철 지붕 위 얌전히 내리는 저 빗소리
당신님의 귀로 들어보고 싶습니다.
내가 있음을 알게 해주는 사랑하는 저 사람들
당신님의 마음으로 안아보고 싶습니다.
나태주님의 향기를 맡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신님의 책을 펼칩니다.
선물 -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로 웃는 얼굴
콧노래로 한구절이면
한~아름 바다를 나는듯한 기쁨이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저의 기쁨이었습니다.
지금도(?) 여러분에게 기쁨이었기를 바랍니다.
양세형 작가님이 나태주 작가님을 뵙기 전에 쓴 시
나태주 작가님이 오늘의 북토크 마무리를 위해서 쓴 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프리스타일 시를 들을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나태주 님은 써놓은걸 안 보고 그냥 기억에 의존해서 낭송하신 게 인상적이었다.
하루의 방문 후기를 쓰려다가 나태주 님의 북토크 부분을 분리해서 따로 올리는게 맞겠다.
사족은 떼고 나태주님의 말씀만 요약해서 올리고 싶다.
Q. 사람들이 나태주를 풀꽃 시인이라고 합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A. 풀꽃은 사실 페이크다. 예쁜 사람은 딱 봐도 예쁘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는 건 예쁘지 않다는 뜻이다. 그걸 웃자고 그렇게 썼는데 사람들이 좋게 생각해 주었다. 작가한테 속지 마라.
- 별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이 죄가 아니다. 별을 마음에 품지 않은 것이 죄다.
나 : 한 여자로부터 버림받아서 시인이 되었고, 한여자로부터 선택받아서 남편이 되었다.
양 : 그럼 시인이 된 것과 남편이 된 것 중에 어느 게 더 좋으신가요
나 : 어허허허;;;
- 불행하게도 시가 계속 떠오른다. 시가 나를 부르고, 나는 그냥 그걸 받아쓰는 일꾼이다.
- (사람들의) 인생이 초라합니다. 따분하고 분하고 우울하고, 절망스럽고, 지옥과도 같습니다. 이럴때 매듭을 풀어서 약간 바꿔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주는 것이 코미디고, 영화고 시이고, 음악입니다. 그러면 인생이 조금 밝아지고 화려해지고 편해집니다. 여기 계실지도 모를 시인들에게 미안하지만 오늘날의 시는 코미디만도 못합니다. 코미디는 덕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돌봐주는 덕이. 인생의 매듭을 풀어주는 코미디는 정말 훌륭한 일이고 이를 양세형 작가가 하고 있습니다.
- 15살 때 시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동급생 여자애한테 편지를 썼는데 걔 아버지가 보게 되었고, 더이상 편지를 쓸 수가 없어서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반에 50명이면 공부를 45등 했는데 나보다 아래에 3~4명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저는 수학 시험지에도 시를 썼습니다. 그러면 선생님이 '가'는 안 주고 '양' 정도는 줬던 것 같습니다.
- (양세형 님이 하고 싶은건 본업에 영향 안 가게 짬내서 한다고 함. 시도 있고 운동도 있고 여러가지) 훌륭합니다. 맞는 방향입니다. 저는 학교 교장을 하면서 시인이었는데 시인들은 제가 교장이라서 부러워하고 교장들은 제가 시인이라서 부러워합니다. 선배 여러명이 벌써 죽었는데 퇴직하고 아내가 죽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인생이 재미 없다고 하더군요. 그런 사람들은 곧 죽어버립니다. 인생이 심심하지 않게 여러개를 다 해봐야하고 할 줄 알아야합니다.
- 시는 사실이 아니고, 기억도 아니고, 생각도 아닙니다. 체험도 아닙니다. 시는 느낌입니다. 이게 아리송한데, 이걸 어떻게 언어로 바꿔야 하는지가 시입니다. 시의 원래 재료는 감정입니다. 15살 때 여자애를 좋아했던 마음, 슬픈 마음, 지친 마음 이걸 재료로 쓰세요.
- 제게 꿈이 2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내 시가 번역되서 다른 나라 사람이 읽는게 아니라 내 시를 읽으려고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워서 읽게 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내가 죽었을 때 장례식장에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는 것이 아니라, 일면식도 없는 독자가 내 시를 더이상 보지 못 하는 것이 슬퍼서 울었으면 좋겠습니다.
- 양세형 작가는 샘물의 시기입니다. 샘물의 시기란 작가가 내 얘기를 쓰는 시기입니다. 아주 맑고 작은 물이지요. 이제 이를 지나서 저수지의 시기로 가야합니다. 남의 이야기도 내 얘기처럼 쓰는 시기입니다. 많은 글을 쓰게 되고 분야가 넓고 깊어집니다. 하지만 조금은 탁해지게 됩니다. 그래도 그런 시인이 되어야 합니다.
- 마무리 멘트 : 고등학교 졸업할 때 키가 제일 작아서 1번인 애가 그러더라고요. 10년 후에 다시 보자. 그때 어떻게 되나. 그때 난 없겠지만 여러분들끼리 다시 보세요. 10년 후에 괄목상대하게 바뀌길 바랍니다. 괄목상대. 깜짝 놀라 눈을 찢고 다시 본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엄청난 발전을 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자리에 없겠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QnA
방청객 : 인생이라는 시가 너무 좋아서 펑펑 울면서 봤어요. 온 식구가 돌려보고 그 돌려본 사람들이 또 추천해서 계속 퍼뜨리고 있습니다.
나 : 인생이라는 걸 너무 많이 써서 잘 모르겠네요. 내용을 설명 좀 해주세요.
방청객 : 음.. 기억이 잘..
나 : 한 구절만이라도 말해보세요
방청객 : 어.. 뭐 비바람이 몰아치고...
나 : 아 그거요. 그건 내가 아산 병원에서 입원했을 때 쓴 건데.. 비바람이 몰아치고.. (줄줄 읊음)
*정보 *
1. 나태주 시인은 만 79세이다.
2. 나태주 시인은 올해에 10여 권의 책을 발표했고, 쓰신 책의 총합은 200권이 넘는다.
3. 올해는 6월이다.
내가 쓴 100개도 안 되는 시 중에 내가 외울 수 있는 게 몇 개나 되지. 두어 개 되려나. 나는 당연히 저 질문에 대한 대답은 '허허 제가 그런 시도 썼나 보죠?'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님은 어제 쓴 것처럼 읊어버리셨다. 뭐 외우는 게 중요한가 하면 꼭 그렇진 않겠지만 내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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