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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글

[일상] 누나를 찾아헤맨 사촌 동생

식당 배치

이 상황을 설명하기가 참 어렵긴 하지만 반드시 남기고 싶은 얘기가 있다.

 

지난 토요일은 누나2의 결혼식이었다.

 

요즘 결혼식장답게 수많은 결혼식이 70분 간격으로 틀에 찍어내지고 있었다.

 

뷔페에는 누나2 말고도 다른 결혼한 여러 다른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위의 동그라미 하나는 8명이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이고 저 정도 규모의 큰 뷔페식 식당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명절에도 안 모이니 친척들끼리 볼 일이 없다.

 

지난번 사촌 및 친지들을 본 것은 약 4년 전 누나1의 결혼식이었다.


누나 1은 귀여운 첫째 딸이 있다. 나이는 34개월이고 뱃속에는 둘째 토동이가 자라고 있다.

 

감사하게도 누나1의 시부모님도 결혼식에 와주셨고 누나1은 시부모님이랑 [누1] 테이블에서 밥을 먹었다.

 

나는 [나] 테이블에서 엄빠 및 누나2랑 혼주석에서 밥을 먹었다.

 

[사촌] 테이블에는 이 글의 주인공 사촌동생 태호가 있었다.

 

태호는 볼 때마다 폭풍 성장하더니 이제는 징그러운 상남자가 되었다.

 

나이도 잘 모르겠다. 24~26살 정도 되었을 것이다.


엄빠 및 누나2는 오늘의 주인공으로 인사하기 바빠서 계속 돌아다녔고 나는 혼자 열심히 밥을 먹고 있었다.

 

그때 태호가 내게 와서 물었다.

 

'누나1은 어디있으냐'

 

딱히 태호가 누나1을 찾을 이유가 없지만 별로 의문을 갖지 않고 입구쪽 테이블에 앉아있으니 가보라고 했다.

 

몇 분 뒤에 태호가 다시 왔다. 누나1을 못 찾았다고.


식당 구조상 입구쪽 테이블이 몇 개 없어서 찾기가 쉽다고 생각해서 대충 알려줬는데 못 찾았나 보다.

 

왜 그렇게까지 찾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번엔 내가 일어나서 누나 1 테이블까지 데려다주었다.

 

내가 가서 누나를 다시 보니 왜 못 찾았는지 알았다.

 

우리 가족이 그날 전원 풀메이크업을 해서 누나를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저 사람 길에서 보면 알아보겠냐고' 물으니 태호는 시원하게 웃었다.


태호는 음식을 담는 중에 누나1이랑 같이 스테이크를 기다리다가 누나1이 그냥 돌아갔고,

 

그게 마음에 걸렸던 스윗 태호가 스테이크를 담아서 누나1을 찾아 헤맸던 것이다.

 

아마 누나 뱃속의 토동이가 신경 쓰여서 굳이 누나를 찾아서 식당을 몇 바퀴를 돌았던 것 같다.

 

태호는 접시를 놓고 쿨하게 돌아섰다.

 

 

나는 오늘 이 자식이 너무 좋고 너무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