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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글

[개똥철학] 사회적 가면에 관하여

 

사람들은 수많은 가면을 바꿔끼며 살아간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 내 친구 S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깨닫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냥 타인이 또 다른 타인들을 대하는 모습과 내가 타인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차이를 느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정확히 어떤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게 궁금하다.

 

아마 여기까지 본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살아가잖아?’ 라고 할 것이다. 내가 추측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쓴 가면의 예시는 이러하다. 친구들끼리는 욕도하고 성적인 얘기도하고 대체적으로 내 생각의 대부분을 말한다. 웃긴 얘기나 헛소리를 하면 강하게 밀칠 수도 있고 신발 속의 작은 돌을 제거하려고 친구 어깨를 짚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나 혼자서만 하는 생각이 있으며 내가 인지하고 있는 나의 생각이지만 그들과 공유하기에는 조금은 꺼려지는 부분 역시 존재한다. 나의 내면과 친구들이 알고 있는/내가 보여주는 나의 모습이 다른 것이다. 그리고 가족끼리 있을 때의 나의 모습은 다를 것이다. 욕도 하지 않고(자연스럽게 또는 신경써서), 성적인 얘기도 하지 않으며 하고 싶은 마음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직장 동료들과 있을 때의 나의 모습 또한 다르다. 각자가 다르겠으나 이 역시도 나혼자, 친구, 가족과 있을 때와는 다른 형태의 모습을 비출 것이다. 아마 대부분 욕은 하지 않을 것이며, 경우에 따라 성적인 농담은 주고 받을지도 모른다.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회적 가면의 예시다. 여기서 내가 궁금한 것은 이 다음에 나올 얘기이다.

 

나는 모든 친구에게 다른 가면을 쓰는 것 같다. 더 친하고 덜 친한 차이가 아니다. 비슷하게 절친한, 또는 약간 어색한 아무튼 내가 아는 모든 친구에게 다른 가면을 쓰고 만나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하여 5명의 친구가 한 모임이다. 가장 친한 소울 메이트 한 명(A)이 있고, 나머지 2명(B,C)은 비슷비슷하게 친하고 한 명은 약간 멀다.

나는 A에게는 하고 B에게는 할 수 없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B에게는 할 수 있고 A에게는 할 수 없는 말, 행동이 있다. 이는 A나 B의 특성이 아니다. A와 B의 선호를 고려하여 배려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두는 차이이다. 의도 했다기 보다는 그냥 그렇게 된 것 같다.

 

반면 내 친구 S는 그렇지 않아 보였다. 아니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극단적으로 나와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모든 친구에게 동일하게 행동한다. 어떤 친구들 만나도 똑같은 언어, 똑같은 행동을 보였다. 물론 본인은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 심지어 가족에게 하는 행동 또한 비슷했다.

 

그가 사람을 대할 때 차이는 내 가면을 얼마나 쓸 것인지 순서에 따라 나오는 것으로 보였다. 1~10 단계 중에 이 사람은 몇 단계의 가면을 쓸 것인가. 반면 나의 방식은 10가지의 선택지를 복수 선택을 통해 각각 무엇을 쓸지 선택을하여 1024가지의 방식으로 가면을 쓴다.

 

나는 모든 친구들에게 다른 가면을 쓴다. 각각의 친구들에게 대하는 방식, 언어와 단어, 행동이 다르다.

 

이 글을 보고나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나도 그래” or “이렇게 음침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

 

서로가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을까? 아니면 사실은 둘의 대단한 차이는 없으며 내 하찮은 개똥 철학에 불과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