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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오래전 피타입 형님 만난 후기

 

이 얘기는 9년 전 2014년 여름의 이야기이다.

 

나는 힙합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일리닛을 가장 좋아한다.

 

그 여름 나는 군인이었고 일리닛 형님의 공연이 마침 대구에서 있었다. 내 휴가날이랑 기가 막히게 맞아서 천운으로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공연에서는 일리닛 외에도 많은 분들이 왔다. 일레븐, 마이노스, 가리온, 넋없샨, 노지더머기맨, 허클베리피 그리고 피타입. 몇 분 더 있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술제이 형님도 계셨나?

 

공연은 정말 좋았고 잘 모르던 분도 새로 알게 되어 좋았다.

 

아무튼 이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일리닛 보러 간 놈이 피타입 형님 만난 후기로 글을 쓴 이유가 있다.

 

그 당시 공연장 문화를 잘 몰라서 공연 끝나면 뭐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몰라서 그냥 집에 가려고 했다. 아마 공연장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냥 집에 가려고 했다.

 

근데 피타입 형님이 좁은 계단에 혼자 서서 기다리고 계셨다. 거기서 한분 한분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셨다.

 

혼자서 한분 한분 사진을 찍어주셨다.

 

수 년이 지나서 나는 몇몇 공연, 연극, 뮤지컬, 소극장 등등에 다녀보았다. 뭐 엄청나게 많지는 않고 다양한 분의 공연을 본 것은 아니지만 내 취미 생활 중에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나는 이와 같은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지하 1층의 200명 정도 규모의 공연장에서 수많은 후배와 같이 공연하다가 끝나자마자 입구에 서서 사진을 찍어주는 아티스트를 본 적이 없다.

 

가장 유사한 사례로는 소극장에서 연극이 끝나고 촬영을 원하는 모든 관객이 배우와 함께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었던 적이 있다. 이도 물론 좋은 경험이었으나 배우 개인의 의견이라기 보다는 극단 차원의 서비스 개념이라고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줄을 서서 피타입 형님과 사진을 찍었는데 자연스럽게 “존경합니다 형님!” 소리가 나오더라.

 

79년생 만 43세의 피타입 형님은 아직도 음악을 만들고 있다.

 

음악 수입이 생계를 유지하기엔 불충분하여 회사를 다니며 일을 하며 음반들 만들고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존경심이 더더욱 깊어졌다. 가장으로서 당당하게 일하고 음악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힙합은 하는게 아니라 사는거다.

 

 

피타입 형님이 하신 말씀은 아니고 해외 래퍼가 한 말인데 피타입님이 멋지게 번역했다.

 

진심으로 힙합을 하고 힙합을 사는 형님 정말 존경스럽다.

 

(나중에 그 때 사진을 찾으면 추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