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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글

[일상] 심야영화 무법자 - 중앙선으로 걷기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집 앞 영화관에서 심야 영화를 종종 봤다. 11시에서 1시쯤에 시작한 영화는 끝나면 1시에서 3시까지 늦어질 때가 있다. 이때는 차도 없고 신호등도 주황색 점멸등으로 깜빡이고 횡단보도 신호등도 불이 꺼진다. 집에 가는 길은 5분 남짓인데 마트를 끼고 있는 영화관이라 주변 도로가 넓어 왕복 8차선 정도 된다.

 

이때 중앙선을 따라 걷는걸 좋아한다. 새벽의 찬 공기와 조용한 적막과 함께 넓은 도로의 중앙에 서면 개운한 해방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소심한 일탈에서 오는 배덕감 또한 훌륭한 토핑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길은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앞뒤로도, 양옆으로도 탁 트인 널찍한 8차선에 차는 거의 없는, 새벽에 집까지 가뿐히 걸어갈 수 있는 그런 곳.

 

이젠 서울에 이사온 지 4년이 넘어서 야간 영화 후에 집에 걸어간 지도 한참 되었구먼. 서울 촌놈들이 이 기분을 알까? 서울에도 이런 장소가 있을까?

 

문득 생각이 나서 끄적여본다.